몇 년 전, 한창 소이 왁스 향초 만들기에 빠져있던 때에
나름 거금(?)을 들여 라벤더 에센셜 오일과 장식으로 뿌릴 드라이 라벤더까지
세트로 구매해서 향초 만들고 남으면 향낭(사셰)도 만들어볼까 하고서는 여태 방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천성이 게을러서인지 어떤 걸 만들어 보자! 생각을 하고 나서 재료를 사기까지가 제일 재밌고
막상 재료를 받으면 털실이나 에센셜 오일처럼 계속 놔두게 되는 것 같아요 ㅋㅋ
에센셜 오일을 이렇게 오래 놔둬도 향이 그대로인지 걱정이 되어서
캔들웍스 포인트도 털 겸 디퓨저 재료를 몇 개 구매해봤습니다.
디퓨저 베이스 500ml와 미니 디퓨저 용기 3개, 차량용 용기 3개
꾸미기용 스티커 2장 그리고 새 모양 세라믹 장식까지 골랐어요.
새 장식을 꽂아둔 유리병은 선물로 받았던 코코도르를 다 써서 깨끗이 세척하고 말린 거예요.
그 왼쪽에 있는 병은 메이플 시럽 공병인데 오일이 부족해서 저것까지 채우진 못했습니다.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아 홀린 듯 구매한 스티커들
안타깝게도 차량용 용기에는 가장 작은 오른쪽 스티커들도 너무 커서 붙이진 못했어요.
디퓨저는 그동안 남은 향수와 소독용 에탄올을 섞어서 대-충 만들어본 게 전부이고
전용 베이스를 사서 만드는 건 처음인데 베이스와 오일을 1:3 정도로 섞으면 된다고 적혀있더라고요.
일단 연습(?) 겸 가장 작은 용량의 차량용 용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베이스 용량이 몇 병까지 커버될지 몰라서 최대한 많은 디퓨저를 만들고자
작은 것부터 중간, 그리고 코코도르 공병을 마지막으로 채워보기로 했습니다.
베이스가 든 병은 입구가 큰데 이 작은 용기는 입구가 너무 작아서
서랍에 굴러다니던 주삿바늘 없는 주사기를 사용해서 겨우 넣었습니다.
입구가 좁은 공병에 붓기 좋게 깔때기도 캔들웍스에서 팔긴 팔더라고요.
굳이 정확히 계량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으니 주사기를 이용해 병의 2/3 정도를 채우고
라벤더 에센셜 오일을 병을 기울여 20방울 정도씩 넣었습니다.
오일병은 기울인다고 주르륵 나오는 게 아니라 방울방울 떨어지게 되어 있어서
약간의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이었어요. 이건 용기가 작아서 망정이지 -ㅅ-
세 개의 병에 똑같은 양을 채운 상태입니다.
약간 심심해서 드라이 라벤더를 조금씩 넣고 마무리했습니다.
나중에 사용할 때에는 나무 뚜껑을 돌려서 열고 위 사진에 나온 플라스틱 속마개를 제거하고
다시 닫고 거울이나 천정 쪽에 걸어두면 디퓨저가 뚜껑을 서서히 적시면서 향이 퍼지게 되는 구조예요.
하나는 아빠 차, 또 하나는 오빠차에 걸어두고,
나머지 하나는 운전봉사를 자주 해주던 지인께 선물로 드릴 예정입니다.
두 번째로 작업한 공병도 역시 미니 디퓨저 유리용기인데
아까 차량용 용기에 비하면 꽤 넉넉한 크기죠.
플라스틱 마개 안에 말랑말랑한 고무 혹은 실리콘 마개가 끼워져 있는데
사용할 땐 말랑말랑한 마개를 제거하고 우드스틱을 꽂아주면 됩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우드스틱들, 무늬는 뽑기인 것 같아요.
가장 앞쪽에 있는 우드스틱은 옹이도 있네요.
볼수록 귀엽게 생긴 우드스틱 +_ +b
별다를 것 없이 오일과 베이스를 1:3 혹은 오일이 귀하니 베이스를 좀 더 넉넉하게 부어서
세 개의 유리병을 신속히 채워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마지막에 드라이 라벤더를 넉넉하게 넣고 잘 흔들어주었어요.
나란히 완성된 미니 디퓨저들
오일이 약간 부족할 것 같아서 꽉 채우지는 못했습니다.
이 가장 큰 유리용기는 제 방에서 사용할 거라서 남은 라벤더 에센셜 오일을 몽땅 넣어줬어요.
하도 방울방울 나오는 게 속 터질 것 같아서 ㅋㅋ 아예 입구에 거꾸로 꽂아두고 딴 일 하다 왔어요.
코코도르 스티커를 제거하고 새로 붙인 캔들웍스표 스티커!
검은색 무광 스티커가 왠지 브랜드 디퓨저 느낌이 나게 하네요.
큼지막한 새 모양 세라믹 스틱도 바로 꽂아줬습니다.
얘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오일이 몸체에 타고 올라온다고 되어 있어요.
만들고 나서 꼬박 2일 후에 새 머리와 꼬리 끝까지 오일 색으로 물들었답니다 :)
뒷모습도 귀여운 짹짹이
저 코코도르 디퓨저 용기가 규격인 건지 입구에 딱 맞게 끼워지더라고요. 굿굿!
동그란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준 미니 디퓨저들
검은색 스티커가 인기가 좋아서 그 두 개를 친구 둘에게 각각 선물로 전달했고,
하얀 스티커를 붙인 건 화장실에서 쓰던 디퓨저를 다 쓰면 써볼까 해서 일단 두었어요.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생산한 7개의 디퓨저들입니다.
확실히 녹이고 굳혀야 하는 향초 제작 과정에 비해 붓고 흔들면 되는 디퓨저가
스트레스 해소 및 선물용 핸드메이드 제작에 제격인 것 같다고 느낀 하루입니다 :D
디퓨저를 직접 사본 적이 없어서 얼만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직접 재료를 사서 만드는 게 훨씬 저렴하겠지요.
예쁜 빈티지 유리 공병들이 또 모이면 새로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쌉싸름한 라벤더향 물씬 나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