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뜨에서 언젠가 전품목 25%였나, 30%였나...?
아무튼 큰 폭으로 할인 이벤트를 할 때 아무생각없이 일단 쟁여둔 패브릭얀!
진보라색 르네상스 한 타래와
민트색 스파게티, 흑백나염 스파게티 각각 한 타래씩 총 세 타래를 구매했었습니다.
그 후로 거의 몇 달을 선반에 올려놓고 묵혀뒀었는데 드디어 한 타래를 처리(?)했어요!
예전에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아래 이미지를 보고
한 번 랩탑슬리브로 떠봐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진보라색 패브릭얀을 잡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도안이랄 것도 없이 아래에서 위로 원통형으로 떠올라가면 되고
손잡이 부분은 사슬뜨기로 건너뛴 후에 다음 단에서 짧은뜨기를 해주면 되겠죠.
패브릭얀은 몇 개월 전에 사놓고선 왜 지금 뜨게 됐느냐 하면,
바로 회사에서 받은 랩탑이 4년을 훌쩍 넘어 교체시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달 말에 새로 받을 초슬림 와이드형 랩탑 크기에 맞춰 바닥 길이를 정했습니다.
실 두께에 따른 여유분과 편물이 어느 정도 늘어날 것까지 생각하면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략 35*23 정도가 적당하겠더라고요.
10mm 코바늘로 24코 정도 잡은 것 같습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코바늘로 떴다가 완성작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싹~ 다 풀어버리고 대바늘로 갈아탔기 때문이에요 ㅎㅎ
필터를 썼더니 엄청난 색감으로 나온 중간과정입니다.
슬리브 목표길이의 반 정도를 떴는데 벌써 반 타래도 안 남은 것 같죠;
이 때 부터 불안불안-ㅁ-
저 패브릭실로 만든 짧은뜨기 편물이 고양이 모리씨의 발에 느낌이 좋았는지
스크래치 판 삼아서 긁기도 하다가 꾹꾹이도 하다가 이빨로도 물어뜯고 그러더라고요.
모리씨의 방해공작에도 2-3일 정도 부지런히 떠서 진보라색 실을 소진시켰습니다~!
손잡이 길이까지 나와줬어야 하는데 부족한 관계로
쟁여두었던 스파게티실 중 그나마 어울리는 나염실을 꺼냈어요.
스파게티실이 탄성도 적고 두께도 두꺼워서 같은 호수의 코바늘로 그대로 떴더니
손잡이 부분이 좀 너풀너풀한 느낌이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지금 사용중인 랩탑이 두꺼운 편이지만 꾸역꾸역 들어가긴 합니다.
근데 아무래도 손잡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민 끝에
단색으로 완성할 수 있는 다른 가방 디자인을 찾아보다가
대바늘로 뜬 울앤더갱 쇼퍼백을 발견했습니다 +_ +
아무래도 코바늘 짧은뜨기가 대바늘로 뜨개질 할 때보다
실을 많이 잡아먹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바늘로 다시 뜨기로 결심했어요.
손잡이 부분을 먼저 풀어버린 모습-
짧은뜨기는 뜰 때에도 힘이 많이 드는 데
풀어낼 때도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ㅁ=a
그래서 그냥 한 단씩만 풀어내면서 대바늘로 천천히 떠나갔습니다.
물고 뜯고 하다가 깔고 앉기도 하고 위 사진처럼 베고 자기도 합니다.
실을 잡아당겨 풀려고 할 때는 실을 자꾸 발로 잡아서 못 풀게 하더라고요 ㅎㅎ
코바늘은 원통으로 뜬 거라서 한 단을 풀어낸 후에 대바늘로 옮겨 뜰 때
가터뜨기 2단 이상이 떠져야 안심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대바늘은 12mm로 떴고 폭은 34코로 원통이 아닌 일자로 쭈욱 떠줬어요.
시작과 끝, 양 끝단에서는 세 단 안 쪽에서 가운데 10코를 막았다가
다음 단에서 다시 back loop 방식으로 10코를 잡아 손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줬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손잡이로는 좀 작아보일지 모르지만 잘 늘어나기 때문에 저정도면 적당합니다 ;)
다 뜬 편물은 반으로 접어서 양 옆을 돗바늘로 이어줍니다.
그냥 겉면을 보면서 단과 단을 감침질로 단단하게 붙여주면 됩니다.
잘 이어졌죠?
아주 단순한 패턴과 기법으로 완성된 랩탑슬리브입니다.
손잡이도 있기 때문에 그대로 가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500g 한 타래가 몽땅 사용된 작품이라 좀 무겁긴 하지만 가끔 기분전환 삼아 들고 다니기 좋겠죠.
가터뜨기 특성상 도톰하게 떠져서 어느정도의 충격은 완화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바늘로 완성했던 디자인과 달리 가로로 넣습니다.
사실 이게 더 일반적인 가방 모양이긴 하죠 ㅋㅋㅋㅋ
옷 입히듯이 양쪽을 잘 맞춰 손으로 당겨 넣어주면 쏙 들어갑니다.
대충 12~14인치 노트북이면 잘 들어갈 것 같은 사이즈에요.
흠- 저 손잡이가 시작되는 부분의 코가 늘어진 부분만
손바느질로 잘 정리해주면 완성도가 좀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랩탑을 넣고 손잡이 부분을 잡고 들어보면
몸판은 모양이 거의 유지되면서 손잡이 단만 위로 쑥 늘어납니다.
뜨개질로 엮여있기 때문에 아무리 늘어나도 끊어지거나 찢어질 위험은 없죠!
팔꿈치까지 여유있게 들어가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와 같이
혹은 커피를 들어야 할 때 등 손이 자유로워야 할 때에도 편리해요~
완성은 했지만 가방이 어딘지 모르게 심심해서 와펜을 붙여보기로 했습니다.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에서 개당 5천원에 구매해둔 와펜들인데
귀여워서 일단 샀지만 한 번도 꺼낸 적은 없었네요 =ㅅ=a
가장 무난한(?) 콘을 붙여봤습니다.
보라색의 보색인 초록색이라 그런지 잘 어울리네요.
올록볼록 가터뜨기의 무늬가 잘 살아있는 가방입니다 +_ +//
예뻐서 충동구매하긴 했지만 처치곤란이 될 뻔한 패브릭얀 한 타래가
이렇게 유용한 랩탑슬리브 겸 가방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최근 완성한 작품 중에 가장 뿌듯한 아이템인 것 같아요.
이제 새 랩탑을 받으면 개시할 수 있겠지요 :D
너무 튈라나...;;